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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능력주의 사회는 가난한 사람을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by 로이인랑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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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한 슬기와 해나. 
3년 후 슬기는 대학에 떨어졌고, 해나는 명문대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슬기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적은 월급을 받았고, 세나는 박사학위를 따고 창업을 해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만약 이 결과를 두고 슬기의 노력이 부족했다,

명문대 나온 해나가 돈 많이 버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에 함정이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바로 능력주의입니다.

3남매 중 첫째인 슬기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갈 수도,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반면 부족함 없이 자란 외동 딸 해나는 비싼 과일을 받고 입시 컨설팅을 받으며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능력주의란 기회가 공정하다면 누구나 재능과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으며, 성공한 사람은 성공에 대한 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신념입니다.

겉보기엔 모두에게 사다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준 공정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능력주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성공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버드와 스탠포드 재학생의 가정 환경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은 소득 상위 20% 안에 드는 가정 출신이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대 신입생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19.5% 증가했고, 전국 의대, 로스쿨 신입생 중 절반이 고소득층 자녀였습니다. 
부자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부자가 될 확률도 높고, 명문대학에 들어갈 확률도 높습니다. 
재산뿐 아니라 학력까지 대물림된다는 말입니다. 
또한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오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부모의 도움은 모르는 척하며, 자신이 누리는 것들을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하고, 자신만큼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스스로도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불행에 대하여 자기 자신을 탓합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더 높은 지위와 명예를 얻지 못한 것이 능력 없는 나의 잘못이 됩니다.

실제로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나 사회적인 제도 등이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데도 말입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난한 사람들 특징이 뭘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노력을 안 합니다 게으르다 포기가 빠르다 남 탓, 사회탓만 한다 머리가 나쁘다.

이렇듯 능력주의 사회에서 가난은 개인의 잘못으로 여겨집니다.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면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나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가난한 이들은 노력하면 더 나은 계층으로 갈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낙오되었다는 자괴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결국 소득과 부과, 불평등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살, 약물 과용,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급증했습니다. 
한 가지 특이점은 그들이 모두 저학력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절망 끝에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고통을 무시당한 것, 존중받지 못하는 것, 일의 존엄성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가난이나 편견 때문에 성공할 기회를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더 높이 올라갈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하는 사람도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취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행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겸손은 우리를 성공만을 바라고 인정하는 가혹한 경쟁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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