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팔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잘 안 쓰지만 한때는 팔도 강산이라는 말을 많이 썼었고, 팔도 밥상이니 팔도 농산물이니 해서 팔도를 전국이라는 뜻으로 쓰기도 하지요.
우리나라는 도가 9개입니다. 그런데도 팔도라는 말을 관용어처럼 쓰는 건 조선시대부터 오랫동안 팔도 체제였기 때문이지요.
조선 초기 태종은 전국을 팔도로 나누고 책임자로 관찰사를 파견했습니다.
각 도의 이름은 해당 지역 중심 도시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는데, 경기도만 경우가 다릅니다.
경기에서 경은 서울이고, 기는 서울 주변 지역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보통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에 땅을 뜻한다네요.
그러니까 경기는 서울을 둘러싼 지역이라는 뜻의 이름입니다.
고려 현종 때 개경 주변 고들을 묶어 경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지금의 경기도보다 북서쪽이었고, 조선이 건국되고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경기도의 범위가 달라졌지요.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에서 한 글자씩 따왔습니다.
울진과 울릉도는 조선시대 강원도에 속해 있었는데, 울릉도는 196년에 경상남도에 편입됐다가 1914년에 경상북도로 바뀌었고, 울진은 1962년에 경상북도에 편입됐습니다.
충청도에서 충은 충주이고 청은 청주입니다.
충청도는 공충도, 청공도, 공홍도 같은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는데, 충주나 청주 중 한 곳이 작은 행정구역으로 강등됐을 때 다른 도시의 이름을 갖다 썼던 겁니다.
예를 들어 연산군 때 충공도로 바뀐 적이 있는데, 연산군에게 직원을 하다 죽임을 당한 내시 김처선이 청주 출신이라고 해서 청주 대신 공주의 이름을 가져다 충공도로 바꾼 거지요.
행정구역이 강등되는 이유는 주로 역모에 연루됐거나 반인륜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입니다.
충청도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을 때를 보면 청주나 충주 대신 들어간 도시는 홍주 아니면 공주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 이름이 바뀌는 일은 다른 곳에서도 몇 번씩 있었습니다.
전라도에서 저는 전주이고 나는 나주입니다.
전라도는 고려 때부터 있었고 조선에서도 비슷한 영역으로 유지됐습니다.
제주도는 지금 별개의 도지만 1946년까지는 전라도 소속이었습니다.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에서 비롯된 이름인데 전라도처럼 고려 때부터 있던 행정구역입니다.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에서 한 글자씩 따왔지요.
함경도는 함문과 경성에서 따온 이름이고, 전국 팔도 중 면적이 가장 넓었습니다.
전체 국토의 4분의 1을 차지했지요.
행정구역에는 팔도 말고도 자연 지형에 따라 지역을 나누고 붙인 이름도 있습니다.
호남이니 영남이니 하는 표현이지요.
그런데 행정구역을 나눌 때도 보통은 산줄기나 강물 같은 자연 경계를 따르기 때문에 호남은 전라도, 영남은 경상도 하는 식으로 자연적인 지역 구분과 일치하게 됩니다.
호남은 호의 남쪽이라는 뜻입니다. 호는 벽골제로 보기도 하고 금강으로 보기도 합니다.
김제 벽골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관계 시설로 백제 비류왕 때인 330년에 처음 축조한 후 여러 번 보수한 기록이 있습니다.
금강은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해서 호감이라고도 하는데 그 남쪽 지방이라 호남이라고 하는 거지요.
호가 기준이 되는 구분으로 충청 지역을 일컫는 호서도 있는데 여기에서 호는 의림지입니다.
충청도 동북쪽 제천에 있는 의림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이고 지금도 관개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충청도를 뜻하는 호서와 경기를 합쳐 기호지방이라고 합니다.
영남은 큰 곡의 남쪽인데 여기서 말하는 곡에는 조령, 흔히 문경, 세제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경상도 지역에서 서울로 가려면 백두대간을 넘어야 하는데 이 산줄기를 넘는 고갯길 중 가장 큰 곡이지요.
중요한 고개에는 관을 설치해서 통행하는 사람들을 관리했는데, 조령에는 관문이 3개나 설치돼 있었습니다.
지역 이름에 고개를 뜻하는 영이 아니라 고개에 설치된 관을 붙이기도 합니다.
천년관을 기준으로 한 관복, 관서, 관동입니다.
천령은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험한 고개인데, 지금은 북한에 속한 땅입니다.
북쪽 변방에서 서울 쪽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어서 군사적으로 중지됐고, 관을 설치해 통행을 제한했지요.
이 천년관 북쪽 함경도를 관북, 서쪽의 평안도를 관서라고 했고, 강원도를 관동이라고 했습니다.
관동이라고 불린 강원도는 다시 영동과 영서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구분선이 되는 고개는 대관령입니다.
서울에서 동해 쪽으로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통로지요.
이 산줄기 때문에 강원도의 동쪽과 서쪽은 날씨가 서로 다르고, 일기 예보에서 강원도는 영동 지방과 영서 지방을 따로 다루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팔도로 유지되던 행정구역은 1895년 23부제로 개편됐다가 1년 만에 13도제로 바뀝니다.
경기도, 강원도, 황해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을 남도와 북도로 나눈 겁니다.
해방과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제주도가 별개의 도로 분리됐고, 울진이 강원도에서 경북으로 편입되는 식으로 부분부분 조정된 것 말고는 예전 행정구역명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자강도와 양강도가 신설됐습니다.
자강도는 평안북도 동부와 평안남도 일부를 묶어 1949년 신설됐고, 자성과 관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양강도는 1954년에 신설됐는데, 함경남도 대부분 지역에다 함경북도와 평안북도 일부 지역을 합쳤습니다.
압록강과 두만강, 양강이 흐르는 곳이라고 해서 양강도라네요.
강원도가 북쪽에도 있는데,
철원이나 고성 같은 도시 이름도 중복됩니다.
경기도에 속했던 개성 지역은 황해북도 소속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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