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쯤 한 사람이 태어납니다.
그가 나와 보니 이미 세상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군인이든 도적이든 떼거지로 몰려와서 싸우거나 약탈하고 자기 말을 설파하는 수많은 선생들로 가득 찬 세상이었죠.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그는 선택했습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곳에서 살기로 요 자유롭게 삶을 노닐다 죽기로 마음 먹죠 그가 바로 장자입니다.
장자는 난세의 은자입니다. 어지러운 속세를 피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죠.
장자의 자는 선생님이란 뜻의 존칭이며 본래 이름은 장주입니다.
기원전 369년부터 기원전 286년까지 살았으며 고대 중국의 송나라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제자백가 중 도가 인물로 분류가 됩니다.
개인의 자유를 가장 우선시 했죠. 도가는 혼날 도교라는 종교로 변해 성인 혹은 신선으로 모셔지게 되어 장자는 남화 진인이라는 존칭으로 불리게 됩니다.
도가의 인물들은 되게 은거하여 살았기 때문에 신선과 같은 신비로운 이미지가 더해졌죠.
허나 지금 우리가 살펴볼 장자라는 인물은
종교적이지도 않고 신비롭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시를 살았던 한 사람이었을 뿐이죠.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생각의 자유로움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틀에 박힌 꼰대가 아닌 상상력 넘치는 아이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재미있는 우화를 지어내죠 어디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기에 최소한의 생계만 유지할 정도의 일만 했습니다.
말단 관리직이었던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죠.
어느 날은 초나라의 관리가 찾아와 재상 자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장자는 거절했습니다.
가난해도 속박되지 않는 삶이 더 좋았던 것이죠.
장자는 해시라는 친구와 친했습니다. 늘 그와 논쟁을 벌였죠.
해시는 제자백가의 명가로 분류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명가는 논리학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말을 너무나 꼬았던 나머지 궤변술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장자와 해시의 논쟁은 대부분 장자가 이기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니 이겼다기보다 둘의 관점이 서로 달랐다고 봐야겠네요.
해시는 언제나 장자의 좋은 말상대였습니다.
어느 날 장자의 아내가 죽었을 때 장자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를 본 해시가 어찌 슬퍼하기는커녕 노래를 부르냐고 화를 냅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죠. 당연히 나도 슬프다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생명이란 것은 본래 없었던 곳에서 생겨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일 뿐이네 순리에 맞게 자연과 하나가 되었는데
기쁘기까지 하더군 내가 대성통곡을 한다면 이런 이치를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장자는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했던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해시가 죽자 장자는 슬퍼했습니다.
같이 말을 주고받을 친구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렇게 쓸쓸해진 장자도 어느 순간 죽을 때가 됩니다.
장자의 제자들은 후한 장례식을 치르려고 하죠.
하지만 장자는 말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으로 삼아 자연으로 돌아가겠네 그러니 여기에 뭘 더하거나 하지 말게
제자들은 말했습니다. 스승님이 새들의 먹이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자 장자가 말했습니다. 여기서 새의 먹이가 되거나 땅 속에 붙여 벌레의 먹이가 된들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즉 쓸데없는 장례식에 힘쓰지 말라는 뜻이죠.
죽음마저도 장자의 정신을 속박할 수 없었습니다.
무한한 자유를 추구했으며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한 장자 이제 장자라는 책에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죠 장자는 도가 학파로 노자와 함께 노장사상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도가에서 이 두 인물을 빼놓을 수 없죠.
노자가 도의 큰 개념을 만들어 놓았다면 장자는 도의 체계를 정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은 사상의 결이 좀 달랐습니다.
노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를 정치에 적용시켜 나라를 운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반면 장자는 속세를 떠나 개인의 자유를 추구했죠.
물론 정치관이 아예 없진 않지만 주로 무한한 자유와 모든 만물이 하나임을 이야기하죠.
장자의 글은 대부분 우화로 되어 있고 문학적 예술성까지 갖추고 있어 후대의 많은 시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장자라는 책은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내 편은 장자가 직접 저술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외편 잡편은 장자의 제자나 후대의 학자들이 보충한 것입니다.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거나 보완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죠 장자의 핵심 사상은 내 편에 들어있으며 이를 보완하는 내용이 외편과 자편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구분은 후대 사람들이 정리한 것입니다.
장자가 죽고 약 600년 후 서진시대 곽상이란 사람이 장자 책을 정리했죠.
그 정리본을 지금 우리가 보는 것입니다.
장자의 중심사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소유 재물 양생이죠.
첫 번째로 소요유부터 무엇인지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소요유는 장자가 그렇게 바라던 이상입니다.
무한한 자유의 경지를
장자의 책 첫 편부터 상상의 동물을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가 갑자기 거대한 새로 변해서 천지를 누비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천하의 작은 것들은 이해 못하는 원대한 자유를 갈망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어떤 나라의 죽은 거북이 영물로 받들어졌지만 그 거북은 사실 진흙탕 속에서라도 살아있기를 바랐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자가 진작의 초나라 제상 자리를 마다한
이유와 같지요 소요유에는 장자가 그토록 바란 자유의 경지를 담았습니다.
두 번째로 제물론입니다. 재물론은 쉽게 말해 모든 천지 만물이 하나라는 뜻입니다.
모든 것은 도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죠 그러니 어떤 것에도 우열이 없습니다.
서로를 비교하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높은 것과 낮은 것 등등
이것과 저것의 구별은 애초에 없다는 말입니다.
유명한 우화인 호좀 몽이 제물론의 대표적인 이야기죠 장자가 어느 날 꿈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깨고 나니 사실 실체는 내가 나비가 아니었을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죠.
나비도 장작 꿈을 꿀 수 있다. 인생은 한바탕 꿈일 뿐이다.
이런 걸까요. 이렇듯 장자는 모든 것이 결국에 도라는 것 하나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죽었을 때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노래를 부른 것이죠.
단순히 죽음이 아닌 다시 천지 만물과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세 번째로 양생주입니다. 앞서 말한 도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해서 별의 별 스트레스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이런 세상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항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 해야 한다고 말하죠.
포정 해우라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어떤 백정이 소를 수없이
도축하는데도 그의 칼날은 달지를 않았습니다.
왜 그런가 물어보았더니 백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칼날이 조금만 써도 달았지만 하다 보니 살과 뼈의 틈새를 알게 되어 딱히 힘을 주지 않아도 틈새로 잘 움직인다면 도축도 금방 되고 칼날도 달지가 않습니다.
어떤 경제에 이은 백정의 이야기죠 인생도 똑같습니다.
삶이 서투를 때는 이것저것 사고를 치지만 어느 순간 통달을 하면 무엇을 하든 여유를 가지게 되죠.
그런 여유 있는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양생주의 주된 내용입니다.
방법적으로 좌망의 자세와 심재의 정신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쉽게 말하면 명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밖에도 장자의 사상은 많지만 중요 내용만 골라서 간단히 풀어봤습니다.
사실 장자라는 책이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옆집 초등학생들도 아는 우화들이 많죠.
공부하려고 접근하면 오히려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냥 책을 아무 곳이나 펼쳐 단편 이야기보다
즐기면 그것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이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넘어가고 그 중에서 나에게 느낌이 딱 오는 이야기를 발견하면 그게 아마 인생의 좋은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는 쉬울지 몰라도 그 속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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