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 북극해, 대서양, 태평양, 세계의 대양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위치 그리고 그 밑에는 세계 최고의 부국이면서 동시에 끈끈한 우방인 미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인구의 80%가 미국과의 국경 150킬로미터 내에 살고 있고, 위도 49도, 선을 그었을 때
그 아래로 캐나다 인구의 70퍼센트가 살고 있습니다.
선을 조금만 더 내려도 캐나다 인구의 절반은 이 지역에 살게 됩니다.
이곳은 캐나다의 인구 밀집지역, 쾌백, 윈저, 회랑이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1150 킬로미터 정도의 길이로 뻗은 이 지대에 약 190만 명,
그러니까 2023년 6월 현재 약 4천만 명 정도 되는 캐나다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크렉시티와 윈저 사이에는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등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캐나다의 대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미국의 북쪽 국경 중 유난히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바로 이 지역 부근인데, 사실상 상당수의 캐나다인들은
미국과 비슷한 이도상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죠.
왜 캐나다인들은 이렇게 미국과 가까이에 몰려 살게 된 것일까요? 캐나다 순상지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지역은 침식된 언덕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는 데다 심각하게 추운 겨울 온도 때문에 농사가 불가능하지만, 5대 5가 있어 상대적으로 기후를 온난하게 만들어주는 이 지역은 농사가 가능했습니다.
또 대서양으로 연결되는 엄청난 양의 해상 무역이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이루어지면서 19세기부터 항구를 가지고 있던 몬트리온, 쿠백시티, 토론토 같은 지역으로 인구는 더욱 밀집되기 시작합니다.
캐나다는 g7의 회원국으로 전 세계 9위의 경제 대국이고,
2020년 레미틀리라는 회사에서 30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가장 살고 싶은 국가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삶의 질이 높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최근 oecd에서는 캐나다의 경제가 2060년까지 선진국 중 최악의 성과를 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월터 제이 소머스 재단이라는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한 조사에서도, 캐나다는 1인당 gdp가 1980년부터 2060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oecd 상위 19개 국가 중 하위권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더불어 가계부채 또한 급증하여, g7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가계부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63%의 캐나다인들은 집을 소유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응답했죠.
평소에 알아왔던 캐나다와는 다른 이런 암울한 경제적 전망들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 것일까요? 캐나다 인구가 이렇게 미국의 국경을 향해 쏠려 있는 것은 물론, 기후적인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에 이러한 인구 쏠림 현상은 캐나다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이런 현상들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캐나다 중앙은행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009년 금리를 1% 가까이 낮춥니다.
이러한 흐름은 거의 10년 넘게 지속되었죠.
낮은 금리 때문에 돈을 빌리기가 쉬워지면서, 시장에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때 낮은 금리를 이용해, 많은 캐나다인들은 집값이 오르기 전에 집을 구매하려고 했습니다.
집을 사려는 수요에 따라 집값은 꾸준히 올라, 2011년을 기준으로 두 배 가까이 뛰게 되었죠.
그리고 이와 함께 gdp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급상승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또 저금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다 보니, 고정금리에 비해 당장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 대출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하기에,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렇게 가계 대출과 그중에서도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금리가 인상될 때 집값이 더 가파르게 하락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홍콩, 그리고 한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죠.
이런 현상은 변동금리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020년 이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3년 전 대출을 받은 사람들보다 17센트나 더 많은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고 연체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캐나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있는 나라입니다.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덕에 끊임없이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주택 임대 수요를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이것이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인지 캐나다는 투자자본이 기업보다는 주택으로 더 많이 흘러 들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기업에 대한 투자라 함은 비주거용 건물, 기계, 설비, 지적 재산에 대한 투자를 말합니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캐나다 gdp의 9.3퍼센트만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캐나다의 주택 자산은 주택 투자의 급 상승으로 캐나다 국부의 22%나 차지하고 있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게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기업에 대한 투자는 경제의 전반적인 생산 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이것을 보통 노동 생산성이라고 합니다.
같은 수준의 노동력에서 얼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생산해낸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장비를 개선하거나 자동화하거나 기술의 혁신을 위해 연구 개발을 하거나 하는 이런 모든 활동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가능합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 gdp 대비 이러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적습니다.
이러한 기업 투자는 자국민에 의해서 이루어지거나 혹은 외국인에 의해서 이뤄지는데, 캐나다의 낮은 자국민에 의한 기업 투자는 대부분 미국에 의한 외국인 직접 투자로 메꿔지고 있죠.
많은 미국 기업이 투자를 통해 캐나다의 기업 활동을 전개하지만 본사와 지적 재산권은 자국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잘 보여주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이 미국인들에 비해 위험 회피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또 연 매출 순으로 매겨지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서는 상위권 대부분이 미국과 중국의 기업으로, 가장 높은 캐나다 기업은 불과 158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은 캐나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죠.
양국과 국민들의 소득을 한 번 볼까요? oecd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은 1년에 평균 5만 9천60 달러, 한화로 약 7천700만 원 정도를 봅니다.
반면 미국인들은 일 년에 평균 7만 7천사백육십삼 달러, 한화로 약 1억 2천만 원 정도를 벌죠.
캐나다인들이 몇 시간만 밑으로 내려가면
이십사퍼센트나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미국인들은 캐나다인들에 비해 약 삼점오퍼센트 정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당 한 노동자가 버는 금액으로 다시 계산을 해봐도 미국인은 시간당 72달러, 약 9만 4천 원, 캐나다인은 시간당 53달러, 약 7만 원을 법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게 되는 걸까요? 자본 집약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노동자 1인당 얼마나 많은 자본이 들어갔는지에 대한 개념인데, 예를 들면 같은 숙련도의 노동자라도 더 비싸고 좋은 장비로 작업하면 생산성은 오르게 되고, 높은 생산성은 곧 높은 자본 지각도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기업들은 근로자당 약 1만3천 달러를 자본에 진출합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은 근로자당 약 2만 500 달러를 자본에 진출합니다.
gdp 대비 rd에 대한 지출도 2.7%인 미국과 달리 단 1.6%만을 지출하고 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생산하는 특허 수가 미국의 절반 정도에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허와 같은 지적 재산권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생산성의 차이는 1인당 gdp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세계은행의 가장 최근 통계에서 캐나다는 5만8399달러, 미국은 7만6398달러의 1인당 gdp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생산성이 높아지게 되면 삶의 수준 또한 더 높아질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두 나라의 빈부 격차 정도는 다릅니다.
캐나다의 하위 56%가 미국의 하위 56%보다 더 잘 산다는 캐나다 삶의 질 연구센터의 보고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경제는 그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imd 국가경영개발대학원에서 2023년 발표한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캐나다는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떨어져 1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경쟁력은 곧 생산성과 직결됩니다. 경쟁이란 기본적으로 혁신, 효율성, 그리고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이죠.
한편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인재 경쟁력 지수에서는 1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보다 5계단이나 높죠. 고학력 인재는 많은데 경쟁력은 낮은 이유, 무엇 때문일까요? 캐나다는 매년 약 7%의 인구를 미국으로 흡수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더 낮은 세금과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고숙련의 근로자들이죠.
평균적인 it 업계 근로자들이 캐나다에서 약 7만 4천 달러 연봉을 받을 때 실리콘 밸리는 14만 5천 달러, 뉴욕 13만 3천 달러, 시애틀 13만 8천 달러, 덴버 11만 7천 달러, 시카고 11만 4천 달러,
워싱턴 십이만 삼천 달러, 이렇게 많은 곳은 두 배가 넘는 지역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급여를 쫓아 인재들이 타국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브레인 드레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최근 10년간 캐나다 집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37만 5천 3백 달러인 미국 평균 집값에 비해 캐나다 집값은 64만 달러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나면서 브레인 드레인 현상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금융, 부동산업 등 서비스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토론토의 경우 뉴욕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금융회사가 많고, 몬트리올, 벤쿠버, 캘거리 모두 금융 중심지 시장 조사에서 10위권 안에 포함될 만큼 금융업이 건실하죠.
삶의 질, 기업가 정신, 적응성, 사회적 인권, 문화적 영향력 등 10개 지표로 순위를 매기는 유에스 뉴스 랭킹에서 캐나다는 종합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매우 안정된 선진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문제들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캐나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최강대국인 미국과 인접하다는 장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캐나다 경제의 단점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죠.
또 인구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도 이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경제의 이런 어두운 면들은 놀랄 만큼 한국을 연상시킵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캐나다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지만, 전세금까지 포함된 통계에서는 oecd 국가 중 단연 1위로 올라서게 되죠.
또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의 비율은 76%나 됩니다.
약 3천조에 달하는 이런 가계부채는 그야말로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최근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75로 벌어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금리 역전 폭이 되었습니다.
돈은 더 많은 금리를 가진 쪽으로 몰리게 되어 있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원화는 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한국의 기업들은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합니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97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처럼 말이죠.
하지만 어마어마한 가계부채로 인해 한국은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성은 또 어떨까요? g7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제조업 생산성은 미국 다음으로 높지만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매우 낮습니다.
oecd 국가들을 한 줄로 세우면 캐나다보다도 한참 낮은 37개국 중 29위에 랭크됩니다.
70 퍼센트 가량의 인구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의 많은 부분들은 노동 생산성이 매우 낮은 업종들이고, 한국의 높은 비율의 자영업은 대부분 이 영역에 속해 있죠.
성장률은 oecd 평균, 그리고 캐나다와 비교했을 때마저도 2.6%로 아주 낮은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가계부채가 누적될수록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가 있습니다.
캐나다가 겪는 생산성, 가계부채, 성장률 이런 어려움들을 보고 있자면 사실 한국에겐 더 심각한 문제라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은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국가 경쟁력 15위의 캐나다 그리고 국가 경쟁력 이십팔 위의 한국 이 두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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