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가 밭갈고 한가인이 소무는 나라 한때 꽤 유행했던 말입니다.
미인 많기로 소문난 슬라브 게이르의 동구권 나라들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틱 상국, 러시아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 미인들이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자가 태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일부 다처제를 도입해야 할지도 몰라라는 얘기가 농담인 듯 아닌 듯 여성계에서조차 나오는 게 요즘 러시아입니다.
도대체 러시아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러시아의 인구는 대략 1억 4천500만 명입니다.
인구학에서 남녀 성비는 여성 100명을 기준으로 남성의 수를 계산하는데 러시아는 86대 1입니다.
즉 여성 100명당 남성이 86명 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인구 전체로 따지면 남자가 무려 1100만 명이나 적습니다.
전 세계 평균 성비가 117대 팩으로 남성이 약간 많은 편이니 이것만 봐도 러시아의 성비가 얼마나 심각한 불균형인지 알 수 있습니다.
평화시의 한 국가의 성비 불균형을 가져오는 건 대개 두 가지입니다.
급격한 이민과 남아선호 사상 등으로 인한 출생 성비의 쏠림 현상입니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많았던 스웨덴은 2015년 시리아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서 갑자기 남초 국가로 바뀌었습니다.
난민이 대부분 남성이었던 거죠. 네팔은 아시아에서 드문 여초 국가입니다.
남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해외로 나간 탓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옛 위성 국가들에서 많은 남자가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에 온 적은 있어도 러시아 남자들이 빠져나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러시아엔 여아선호 사상이 있어서 딸을 많이 낳은 걸까요? 그럴 리가 없죠.
출생 기준으로 자연적인 성비는 105대 1 정도입니다.
여자 백 명이 태어날 때 남자는 105명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남자의 기대수명이 짧기에 세월이 지나면서 남녀 성비가 비슷해지거나 약간 여초가 되게 하려는 자연의 섭리죠.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기불문하고 이 범주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극심한 성비 불균형은? 다른 사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러시아는 꽤 오래전부터 여초 국가이긴 했습니다.
2차 대전 때 너무 많은 남자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소련의 인구는 약 1억 9천만 명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민간인을 합쳐 2차 대전 사망자가 최대 2천700만 명이나 됩니다.
무려 인구의 14%입니다. 사망자의 다수는 당연히 군인을 포함한 남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2차 대전을 겪은 세대가 거의 다 교체되었는데도 성비 불균형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선 30대가 되면 남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5세가 되면 절반도 남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러시아 남성들의 기대 수명은 점차 늘어나는 듯 하다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64.7세로 주저앉았습니다.
한국 남성보다 무려 16년, 심지어 방글라데시보다도 7년이나 일찍 죽습니다.
세계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5년 정도 오래 삽니다.
러시아에서는 이 차이가 무려 11년 이상입니다.
정말 이례적인 현상이죠. 이것만 봐도 러시아 남자들의 수명이 얼마나 짧은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김태희가 맛깔고 한가인이 소문은 나라들이 하나같이 비슷합니다.
러시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남녀의 수명 차이가 크죠.
러시아를 압도적인 여초 국가로 만든 건 앞에서 본 것처럼 러시아의 남자들이 30세 무렵부터 일찌감치 죽어나가기 때문입니다.
이건 이 시기부터 러시아 남자들이 생명의 위협이 되는 상황에 급격히 노출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원인의 첫 번째는 그 어떤 연구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술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40도짜리의 독한 보드카죠.
러시아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영하 40도 이상은 추위도 아니고 알코올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다가 있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합니다. 이런 추위를 견디기 위해 독한 보드카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러시아의 오랜 전통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남자들은 마늘 없이는 살아도 보드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황제의 전유물이었던 보드카가
십칠세기 표트로 대제 때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퍼진 후, 지금까지 쭉 그래왔죠.
문제는 너무 마신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인들은 1인당 연평균 18리터의 술을 마시는 세계 최고의 술꾼들입니다.
만만치 않은 술부심을 가진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의 양이죠.
세계보건기구는 연간 8리터 이상의 술을 마시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1l 초과할 때마다 남자는 11개월씩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러시아 남자들의 짧은 수명이 술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의학저널인 낸시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 러시아 남성의 4분의 1은 과도한 음주로 55세 이전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음주로 인한 질병과 교통사고 등을 합치면, 러시아에선 매년 술로 인한 사망자가 50만 명이나 됩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3분의 1은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며, 청소년의 80%가 술을 마시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푸틴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한 연설에서 푸틴은 러시아 정도라면 인구가 5억 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주류 판매 제한과 함께 보드카의 국가 독점 사업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푸틴카라는 보드카를 2002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보드카의 판매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보드카 판매 수익으로 이미 수억 달러를 챙겼다는 소문만 무성합니다.
흡연은 술과 함께 러시아 남자들의 수명을 줄이는 양대 원융입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개선되었지만, 2010년대만 해도 러시아는 담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피우는 나라였습니다.
성인의 절반이 흡연자였는데, 남자만 따지면 65퍼센트가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모스크바에 사는 10대 남자 청소년의 흡연율은 무려 73%에 이르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17%가 흡연과 연관돼 있으며, 매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술과 담배 외에도 러시아 남자들이 일찍 죽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교통사고입니다.
러시아는 도로도 열악하지만 난폭한 운전 습관으로도 악명 높습니다.
당연히 교통사고 사망률은 오랫동안 러시아가 세계 1위였습니다.
러시아는 2010년대 중반까지 내내 차량 100만 대당 사망자가 939명으로 연간 2만 명대가 훌쩍 넘었습니다.
참고로 우린 차량 100만 대당 사망자가 러시아의 3분의 1 정도입니다.
러시아 남자들이 본인의 건강에 무관심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러시아는 인구의 60%가 과체중이고 25%가 비만입니다.
이는 자본주의화 되면서 생긴 빈부격차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서민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값싼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으면서 비만율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비만은 죽음을 부르는 각종 질환을 가져옴에도 러시아 남자들은 이에 무심하기만 합니다.
여기에 일부 러시아 남자들의 마초 문화도 은근 한몫합니다.
러시아 남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을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찾아보면 이에 대한 짤이 많이 돌아다닙니다.
이를 러시아에서 남자답다고 여기는 성향이 있습니다.
사실 음주, 흡연, 난폭한 운전도 이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2차 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상남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벌이는 이 무모한 도전으로 러시아 남자들은 많은 사고를 당합니다.
당연히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으면서
러시아 남자들의 평균 수명을 깎아 먹지요.
최근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러시아군 사상자가 2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쟁 징집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러시아 남자들의 숫자는 더 많아 최대 백만 명입니다.
이 중 아이티 종사자가 10퍼센트입니다.
고급 인력의 유출은 아마 푸틴이 계산하지 못한 피해일 것입니다.
전쟁과 이에 따른 경제적 고통의 시름을 달래주는 건 보드카 뿐입니다.
술로 인한 각종 질병과 사고로 러시아 남자들이 더욱 줄어들 것은 뻔합니다.
그러니 러시아의 성비 불균형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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