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

뇌는 무엇때문에 진화했나

by 로이인랑 2022. 6. 14.
반응형


우리 인간만이 지닌 특별함은 뭘까요. 
두 발로 걷고 도구를 쓰고 사회성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문명을 이루며 산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진정한 인간다움을 논할 때 지능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지능의 중심엔 뇌가 있죠. 도대체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다른 걸까요. 
그리고 인류의 진화사에 있어 무엇이 우리의 뇌를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걸까요. 
오늘은 뇌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뇌의 크기가 곧 지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향유고래의 뇌만 봐도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향유고래의 뇌는 무려 8kg으로 1.2kg인 인간의 뇌보다 6배나 무겁고 크지만 지능면에서는 인간을 따라오질 못하죠. 
신경과학자 하우젤 박사는 지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신경세포의 밀도라고 말합니다. 
영장류의 뇌가 다른 동물보다 특별한 건 같은 용적의 뇌에
담을 수 있는 신경세포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거죠. 
한 예로 설치류의 경우 뇌의 신경세포 수가 10배 늘어나면 세포의 평균 크기가 4배나 커지는 바람에 이렇게 커진 신경세포를 뇌에 담기 위해 뇌는 무려 40배나 커지게 됩니다. 
반면 영장류는 뇌의 신경세포 숫자가 10배 늘어나도 세포 크기는 큰 변화가 없어 뇌가 10배 정도만 커져도 늘어난 신경 세포를 모두 담을 수 있죠
그래서 인간의 뇌는 질량 1.2kg의 용량은 1천350cc에 불과하지만 860억 개의 신경세포를 모두 담아낼 수 있습니다 만약 설치류가 인간처럼 860억 개의 신경세포를 지니려면 이들의 뇌는 36kg쯤은 돼야 할 겁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신경세포를 지니고 사는 데엔 커다란 문제가 뒤따릅니다. 
10억 개의 신경세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평균 6킬로칼로리가 필요한데 이를 인간의 내에 대입해 계산하면 6킬로칼로리 곱하기 86이니까
뇌는 자그마치 하루에 516킬로칼로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죠 고작 체중의 2%에 불과한 이 탐욕스러운 덩어리에 우리는 몸 전체에 필요한 에너지에 무려 25%를 투자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진화적 적응 문제가 발생합니다. 
300에서 400만 년 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뇌는 400cc에 불과했는데 200만 년이 흘러 호모 에렉투스 때에 이르면 뇌는 무려
1천 cc로 급팽창을 하죠. 문제는 이렇게 뇌가 급속도로 커지려면 앞서 말했듯 뇌의 탐욕을 채워줄 많은 열량 섭취가 동반돼야 합니다. 
도대체 인류는 뇌에 필요한 많은 에너지를 어떻게 얻었을까요. 
일부 진화학자들은 그 답을 육식에서 찾았습니다. 
적은 양으로 고열량을 내는데 고기만 한 게 없기 때문이었죠. 
1974년에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의 뼈 화석에서는 육식 동물의 간을 많이 먹었을 때 생기는 비타민 a 과다증으로 인한 출혈 흔적이 보이는데 인류학자들은 이를 통해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인류가 육식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인류의 뇌가 팽창한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죠. 
그러나 육식만으로 뇌의 폭발적 진화를 설명하기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인 270만 년 전에도 동물의 살을 발라 먹고 뼈를 깨서 골수를 먹었다는 화석 증거가 있었고 무엇보다 육식이 채식보다 효율적이긴 하지만 날고기도 식물성 먹이만큼이나 씹고 소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이렇게 소화에 긴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면 뇌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하기 어렵습니다. 
또 호모 에렉투스의 어금니는 좁고 뾰족해 오살로 피테쿠스보다는 육식에 적합했지만 이들의 턱은 질긴 날고기를 가차 없이 뜯어 먹기엔 조금 빈약했습니다. 
이렇듯 뇌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육식 가설에는 중요한 퍼즐 하나가 빠진 듯 보였죠. 
그러던 1997년
하버드 대학교의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뜨겁게 타오르는 벽난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중 뇌의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퍼즐 한 조각을 떠올립니다. 
그건 바로 불이었습니다. 고기를 불에 익혀 먹으면 연해져서 씹기도 좋고 소화시키기도 편하지 않을까 어쩌면 인류의 뇌는 음식을 불에 익혀 먹으면서 폭발적으로 커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들이 그의 뇌리를 스쳤죠. 
그리고 그는 증거들을 모아 1999년 이른바 요리 가설을 발표합니다. 
거칠고 섬유질이 많은 과일이나 식물의 뿌리를 그대로 먹으면 씹는 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
뇌에 많은 양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없지만 이것들을 불에 익혀 먹으면 상황은 역전된다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음식물을 가열시키면 음식물이 연해져 씹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줄고 덕분에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빠르게 충당할 수 있는데요. 
이 그래프에서 보듯 익힌 음식의 소화 흡수율은 날것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또 기초대사량이 1800kg 칼로리인 성인 침팬치
하루 중 6시간을 씹는 데만 보내고 75kg쯤 나가는 오랑우탄은 하루에 무려 8시간을 먹이를 씹는 데만 쓰는데 이렇게 씹고 씹고 또 씹어서 유지할 수 있는 뇌 신경세포의 수는 최대 300억 개에 불과하죠. 
즉 만약 인간이 불로 음식을 익혀 먹지 않았다면 도저히 860억 개의 뇌 신경세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1980년대 초 케냐의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지에서 불에 탄 석기와 점토가 발견됐는데 레온 박사는 이를 근거로 호모 에렉투스 시절부터 인류는 음식을 불에 익혀 먹었으며 이 시기부터 인류의 뇌가 급팽창했다고 주장했죠.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랭엄 교수의 요리 가설은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이 가설의 영감을 받은 진화 생물학자들은 요리라는 작은 불꽃을
또 다른 진화의 불길들을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불에 익혀 먹게 되면서 인류는 지긋지긋한 균과 식물 독소로부터 보다 안전해졌다는 주장 또 수렵 채집 시절 인류는 사냥에 실패하기 일쑤였는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의 뿌리나 과일들을 대량으로 불에 익혀 먹게 되면서 고기를 구하지 못해도 고열량의 음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들이 등장했죠. 여기에 피터 윌러 교수는 요리가 인류의 완전한 직립 보행을 가져다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탈로 피테쿠스 때만 하더라도 소화기관이 커서 배가 불룩 나온 채 앞으로 허리를 숙여 엉거주춤 걸었지만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 요리로 인해 음식을 빠르게 소화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인류의 소화기관들은 대폭 작아졌고 그 덕에 이를 바치는 골반도 점차 좁아지고 허리도 가늘어지면서 지금처럼 허리를 고추 세워 걷게 됐다는 거였죠.
물론 이 요리 가설은 호모 에렉투스가 불로 요리를 했다는 확실한 화석 증거가 없는 탓에 지금도 여전히 많은 반대에 부딪힙니다. 
또 요리가 먼저가 아니라 집단을 잃어 살며 뇌가 커진 게 먼저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뇌가 커진 뒤에야 인류는 불을 다루고 요리를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큰 뇌를 유지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무엇이 먼저인가를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류는 요리 없이
결코 지금의 탐욕스러운 뇌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류학자 칼턴 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인간적인 존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결정적 요인은 아마 화식의 도입이었을 것이다. 
인류 최초로 불을 피워 음식을 구워 먹던 그 순간 우리네 조상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