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의 등장과 중고가전마켓들의 위기

오늘은 중고 가전제품을 거의 20년간 취급하면서 느낀 최근 이곳 분위기를 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건 당연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히고 그냥 경제 사회의 현상 정도로만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네요.
요즘 중고 물품을 취급하는 사장님들이 정말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가구, tv,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 전 품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심지어 리페어 수리업 전반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중고마켓의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이유는 바로 채소마켓의 영향력이 커지고부터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장님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이 이야기를 합니다. 
스마트폰에 어플만 하나 깔면 근거리에서 개인들끼리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의 출연으로 기존의 중고 거래 방식이 크게 바뀌었죠.

사실 기술이 진보하게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한순간에 직장을 잃거나 피해를 보게 되는 업종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2천년도 초반에 스마트폰의 출연으로 디카 계산기, 녹음기, mp3 플레이어, 소형 게임기 등 수많은 업체들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지금 중고마켓에 종사하고 있는 알뜰 매장, 중고 컴퓨터 가전, 의류 수리업 등
리사이클 산업 전반에 타격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물론 이런 업종과 상관없는 개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어플을 이용하는 데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만나 거래하는 방식이라 사기 맞을 확률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상상도 못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상대방을 속이고 하자 있는 물건을 파는 일도 심심치 않게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되는 물품의 금액은 업자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심지어 무료 나눔도 많이 합니다. 

아니 무료 나눔 하는데 이 금액을 어떻게 따라가냐고요? 또한
개인 간의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수리 업종에도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요. 
만약 집에서 잘 쓰던 모니터가 고장이 났다면, 이제 수리를 하지 않고 채소 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싸고 빠르게 되었습니다. 

수리비가 5만 원 나온다면 최소 마켓에서는 2, 3만 원에도 구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생겼으니, 수리업도 참 힘들게 된 거죠.
중고로 구할 수 없는 부품이나 추억이 담긴 특별한 전자제품 외에는 수리할 이유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중고마켓이 어렵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는 최근 세 제품 금액이 너무 싸졌기 때문인데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50인치 tv 금액이 100만 원 이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20만 원 초반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진 거죠. 
심품 금액이 너무 싸게 쏟아져 나오니,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이익이 더 크니 수리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하드나 usb, 메모리, 데이터 복구도 이제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백업해 놓는 사람들이 늘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군요. 

최근
채소 마켓이 중고거래에 트렌드처럼 자리 잡아, 중고 물품을 중개하는 업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불과 2, 3년 이내에 벌어진 일인데, 사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 중고물품 거래가 생계인 분들에게는 정말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저도 2004년부터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으로 인해 인생 난이도가 정말 스펙터클하게 높아 어지러질하네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몸 담고 있는 중고 컴퓨터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채소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컴퓨터 수리나 윈도우 설치 등 기본적인 업무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개인이 파는 중고 pc를 정말 싸게 살 수 있어 굳이 비싼 돈 주고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손님이 없고 돈 벌이가 쉽지 않으니 어쩌다가 건수가 하나 들어오면 고장 나지도 않은 물품을 고장 났다고 하며 눈탱이 치다가 걸려서 또 욕 처 먹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채소 마켓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한들 중고마켓이나 수리 시장이 완전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시대의 요구에 맞춰 좀 더 스마트해지고, 개인 간의 거래 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시장은 늘 그래왔고, 또 누군가에 의해 그 빈자리를 채워왔으니까요. 
아마 이 영상을 중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고 계실 것 같은데요
다들 힘내시고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좀 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