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없는 유럽의 풍경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유럽에선 500년도 안 된 교회는 오래되었다고 치지도 않습니다.
이런 전통 넘치는 교회들이 수십, 수백 개씩 들어서 유럽의 도시들을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죠.
하지만 오늘날의 유럽의 이 교회들은 점차 해결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지하자니 보수비가 너무 많이 들고, 방치하자니 도심의 미관과 안전을 해치는 흉물리디니 말입니다.
유럽에 이런 문제가 생긴 건 신자가 대폭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는 단순한 교회의 존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분석한 미국의 대표적인 전국지인 usa 투데이는 유럽에서 교회가 죽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 유럽을 기독교 국가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기독교의 중심지였던 유럽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유럽에선 워낙 오래된 교회가 많다 보니 웬만해선 보호 대상인 유적지로 지정되지도 못합니다.
많은 교회는 전적으로 교인들의 헌금에 달려 있죠.
옛날처럼 특정 가문의 전폭적인 후원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요.
그런데 교회의 예배 참석자가 고작 노인들 30~40명뿐인 교회가 수두룩합니다.
인구가 적은 시골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하죠.
대부분의 이 역사적인 교회 건축물들은 50년마다 대대적인 복원 공사가 필요합니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유럽의 교단들은 교회 건물을 잇따라 민간에 내놓고 있죠.
구글에 잠깐 검색만 해봐도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올라온 교회가 수두룩합니다.
성스러운 교회를 거주지로 개조하면 천국을 맛볼 수 있다며 교회 매입을 부추키는 달콤한 광고도 적지 않죠.
매각된 교회는 서점, 카페, 레스토랑, 아파트, 호텔, 유치원, 극장, 박물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때론 매우 불경한 장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신성시 되던 교회가 하루아침 사이에 나이트클럽이나 스트립바로 변신하기도 하죠.
독실한 신자들의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유럽의 많은 교회가 다급한 처지라는 뜻입니다.
영국이 성공해 교회는 총 1만 6천 개 정도 됩니다.
이 중 4분의 3이 일종의 문화재인 역사적 건물입니다.
하지만 영국 성공에는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교회의 4분의 1 이상이 일요일 예배 참여자가 20명도 안 됩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30년 동안 9천 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와중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한 루터 교회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술집으로 바뀌었고,
브리스토에 있는 세인트폴 교회는 서커스 훈련 학교가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교회의 높은 천장이 서커스의 딱이었죠.
맨체스터 북쪽의 작은 도시인 클리데루의 한 감리교회는 놀랍게도 이슬람 사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아직도 1600개 정도가 신자 없는 교회라 추가적인 폐쇄나 판매가 불가피합니다.
오죽하면 지금 영국은 미국 남부의 침례 교단으로부터 선교 대상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미국 남부 교회에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의 개신교들도 수시로 영국에 선교하러 다니죠.
한때 세계 선교의 중심지였던 영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프랑스에는 1만 5천 개의 역사적 교회가 있습니다.
이들 교회는 그나마 정부 보조금으로 버텨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은 10명 중 한 명 뿐입니다.
이제 프랑스도 성당을 헐거나 혹은 팔거나를 선택해야 하는 한계점에 서 있습니다.
그 경우 당장 5분의 1인 3천 개가 바로 대상이 될 것입니다.
독일 역시 신교, 구교 가릴 것 없이 위기입니다.
지난 20년간 가톨릭 성당은 500개 이상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 중 3분의 1은 그냥 걸어버렸고, 3분의 2는 미술관, 카페, 컵을 운영하는 업체에 팔았습니다.
이 바람의 성직자는 물론 교회 관련 직원의 40%가 해고되었습니다.
개신교도 340개 이상이 폐쇄되었는데, 함부르크의 교회는 이슬람 센터가 되었습니다.
2만 개 이상의 교회가 있는 이탈리아에선 적어도 천 개가 아무도 쓰지 않아 폐업 상태입니다.
로마의 한 중세 성당은 그나마 주인을 새로 맞았는데, 사크로의 프로파노, 즉 신성하면서 불경한 이란 얄궂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들어섰습니다.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신자의 5분의 1만이 미사에 참석하면서 교회가 스케이트, 보드장, 바, 나이트 클럽으로 개조되고 있고, 체코는 프라이 800년 된 성 미카에 성당을 스트립쇼 업체에 팔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유럽 국가들 사정이 비비슷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는 네덜란드입니다.
암스텔담의 유서 깊은 한 교회는 나이트클럽 겸 공연장으로 바뀌어 마돈나가 공연했고, 13세기 도미니코 수도회가 지은 성당은 서점으로 바뀌었으며, 고색창연한 수도원들은 매각 후 호텔과 대학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렇게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0년간 가톨릭 교회 1600개 중 3분의 2가 문을 닫았고, 개신교 교회도 약 700개가 철거나 매각 직전입니다.
1950년대만 해도 신자의 90%가 예에배 참석했지만, 지금은 5%도 되지 않으니 교회의 재정이 견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남아두는데 미사나 예배를 이끌 성직자가 부족한 것도 유럽 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얼핏 지연상처럼 보이지만, 사제 지망생이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정원이 채워지지 않자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의 사제들에게 미사를 맡기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전체 1만 1500명의 성직자 중 5분의 1이나 됩니다.
영국 역시 과거 자신의 식민지였던 스리랑카, 인도, 남아공 등지에서 성직자를 수입하고 있죠.
스위스도 인도 남부 케랄라 주 출신의 사제가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선 본당의 최대 40%가 동유럽과 아시아 출신의 성직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사제의 부족을 겪고 있는 독일에선, 교회는 사제가 있는 곳에서만 존재한다는 그간의 교회법을 벗어나, 점차 평신도에게 미사 집전을 맡기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때 유럽인은 곧 기독교인이라는 등식이 있었던 유럽에서 왜 기독교가 급세태하는지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이 드는 이유도 중국 난방입니다.
우선 출산율 저하입니다.
이는 높은 출산율로 유럽에서 교세를 유지하고 있는 동방정교회와 이슬람을 보면 확연히 비교됩니다.
교세를 지탱해줄 인구 베이스 자체가 무너진 것입니다.
여기에 오랜 세월 기독교 가치관이 대보하면서 이혼율이 급상승했죠.
일요일만 되면 다 함께 교회로 향하던 유럽의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면서, 소위 모태 신앙도 더는 기대하기 힘들어졌죠.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하며,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자라면 훨씬 덜 종교적이 된다고 합니다.
서유럽은 2차 대전 이후 평화와 함께 경제적인 부를 누려왔습니다.
즉, 종교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달라진 국가의 역할 변화도 기독교 세태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그리고 복지 국가일수록 그 나라의 종교성은 약화된다는 게 연구 결과입니다.
교회가 일정 부분 담당했던 국민의 복지를 국가가 도맡아 하면서 교회로 사람이 몰릴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진리로서의 성경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과학의 발달과 일반인들이 높아진 교육 수준,
종교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잇따른 성추문 스캔들, 교회 대신 자꾸만 야외로 향하게 하는 주 5일제의 정착도 한 이유로 꼽힙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미래에도 유럽에서 기독교가 예전 같은 명성을 갖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젊은 층들의 이탈은 더 심하기 때문입니다.
십육세에서 29세 사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교회 출석은 커녕 다수가 아예 신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고 있습니다.
체코의 91%를 비롯,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젊은 층은 60% 이상이 무교라고 답했고, 이 추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죠.
종교가 자신들의 생활에 중요한가를 묻는 또 다른 조사에서도 유럽의 젊은 층들은 단 21%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종교 사회학 교수인 스테판 블리번트 같은 사람은 유럽에서 기독교는 100년 내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이제 유럽에서 기독교가 삶과 문화의 중심에 서던 시절은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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