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율 1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나라,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 세계 최초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나라 이렇게 범상치 않은 단어들로 설명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엘살바도르 입니다. 최근 이 국가에서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1월 엘살바도르 정부가 미 대륙 최대 규모의 교도소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는 발표였습니다.
이 교도소의 부지는 16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규모로 축구장 230개 또는 여의도 절반에 가까운 크기라고 합니다.
게다가 850여 명의 군경 인력을 배치하고 전기, 울타리, 망루 등 각종 감시 시스템을 완벽하게 설치했다고 하죠.
이로써 미 대륙 최대 규모의 교도소를 운영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이런 대규모 교도소는 기존 교도소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2019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조직범죄 소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강도 높은 갱단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6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갱단 용의자들과 협력자들을 체포했죠.
때문에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를 만들게 된 겁니다.
교도소가 공개되자 부켈레 대통령은 교도소 수용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면서
자신했습니다. 그렇다면 엘살바도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승원이고요.
오늘은 엘살바도르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중앙 아메리카 남서쪽에 위치한 엘 세바도르는 인구 650만 명, 면적은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과 비슷한 작은 국가입니다.
그리고 무서운 기록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죠.
지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엘살바도르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날은 딱 이틀 뿐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10만 명당 13명이 살해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살인률이 높은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습니다.
게다가 같은 해 8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900여 명이 살해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었죠.
지난 1월, 11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2023년 1월이 건국 이후 가장 안전했던 달로 기록되면서, 치안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고 보도하기까지 했습니다.
11건의 살인 사건이 가장 안전한 기록으로 남은 겁니다.
엘사이바도르가 이런 난맥상에 빠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합니다.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을 지닌 엘살바도르는 지난 16세기 300여 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이 몰고 온 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1823년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미 5개국과 함께 중미 연방공화국을 결성하면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2년 갈등 등으로 연방공화국은 해체됐고, 1841년 지금의 엘살바도르 공화국이 수립됐습니다.
이후 1870년대 커피 산업 단일 경제 체제를 확립하면서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1881년 토지 공유제 폐지 이후 소수의 농지, 과점 현상이 일어나면서 19세기 말 농민 봉기가 빈발하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무역과 금융개방화를 통한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당시 중미 최대의 신흥 공업국으로 떠오르기도 했었죠.
하지만 독립국가 수립 때부터 커다란 문제였던 좌우 이념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빈번한 쿠데타로 정권이 뒤바뀌며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부가 거듭된 학살과 이권 다툼을 자행하면서 민생 또한 무너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내전이라는 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1979년, 정부가 좌익 세력을 조직적으로 탄압하자, 내전의 불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80년, 미국의 지원을 받는 보수 우파 정권에 대항해서 쿠바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 게릴라 단체
하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이 결성됐고, 이듬해인 1981년, 이들은 1만 2천여 명의 무장병력을 이끌고 정부군을 상대로 총공세에 돌입합니다.
12년간의 참혹한 내전이 시작된 겁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로 이어진 전쟁에서 국가 체제는 붕괴됐고, 거리엔 시신들이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던 1992년, 마침내 유엔이 중재에 나섰고, 게를라 단체가 무장 해제에 동의하면서 평화협정이 체결됐습니다.
무려 12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전쟁은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당시 인구 5분의 1에 달하는 100만여 명이 난민이 됐고, 7만여 명이 사망했죠.
뿐만 아니라 주요 산업 기반이 파괴되면서 전 국민의 3분의 1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치안도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이 여파는 엘세바도르의 양대 폭력 조직으로 꼽히는 엠에스 십삼과 십팔 번가를 만들게 됩니다.
1980년대, 수많은 엘살바도르 이민자가 내전을 피해 캘리포니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이어졌고, 결국 이들은 자경단을 만들었죠.
이후 단체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조직은 중남미에 뿌리를 두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폭력 조직으로 바뀌었습니다.
설상가상, 1996년 제정된 미국의 반이민 개정안이 국내 갱단에 불과했던 이들을 세계적인 범죄 집단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게 됩니다.
반이민 개정안은 합법적인 영주권자라고 하더라도 갱단원이나 중범죄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였습니다.
이 법에 따라 추방된 갱단원들이 멕시코나 중남미 현지에서 조직을 키웠고, 여러 나라의 조직이 연계해 다국적 범죄 조직으로 성장하게 된 겁니다.
국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법이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범죄 조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 것이죠.
국제위기그룹 자료에 따르면, 엘살바도르의 인구 1%에 가까운 6만 5천여 명이 범죄 조직에 속해 있고, 전체 인구의 8%인 약 50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범죄 조직과 연계돼 있습니다.
경찰과 군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상황이죠.
하지만 이런 혼란 속에서도 정치인들의 부패와 횡령은 계속됐고, 정당이 바뀌어도 갱단을 소탕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국가의 경제 기반을 마련할 마땅한 산업이 없어 생계를 유지할 수단은 열악했고, 갱단 조직들이 정부에 맞서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제 2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죠.
이런 상황에 국민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원했고, 이때 당시 30대 중반의 젊은 정치인 라이브 부켈레가 등장했습니다.
2015년, 사업가 출신인 부켈레는 부패와 폭력 척결을 내세우며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으로 취임합니다.
그리고 인프라 확충, 청소년 교육, 복지 강화 등의 정책으로 1년 만에 산셀바도르의 범죄율을 16% 가까이 낮추는 데 성공합니다.
부켈레 이런 행보는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결국 2019년 54%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공약대로 갱단과의 전쟁을 실제 이행했고, 2018년
10만 명당 51건이던 살인율을 2022년 현재 7.8건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런 결과에 부켈레의 지지율은 더욱 치솟아서 80%를 유지했고, 부켈레가 속한 국립통합대연맹은 지난 2021년 3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엘세바도르의 설명이 여기까지라면 과거의 오명을 벗고 안전한 국가를 향해 한 발 내딛은 국가의 이야기이겠지만, 사실 엘살바도르의 혼란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갱단과의 전쟁이 인권 침해 등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1년 전 시작된 국가 비상사태에서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 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도 일반인에 대한 구금이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뿐만 아니라 수감자들의 열악한 대우와 수용 환경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엘살바도르 정부가 ms13 등 깽단들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평가가 나뉘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1년 6월,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법안이 발효되면서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자국 화폐 콜론의 가치가 사라지자, 지난 2001년 이를 폐지하고 달러를 법정통화로 채택해 사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해외에 거주하는 노동자가 본국으로 보내는 송환액이 엘샤버드로 gdp의 약 24%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해외 송금의 경우 약 10
%의 수수료가 붙어서, 이는 곧 gdp의 손실로 이어지죠.
때문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수수료, 비용 절감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국정 통화로 채택하게 된 겁니다.
더불어 금융 인프라 확대, 최고를 통한 경제 성장, 미국의 영향력 축소 등 다양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도입한 첫날, 1천 명 이상의 엘살바도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법정 화폐 채택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비트코인은 부자들을 위한 통화라는 이유였습니다.
imf 역시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법정 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와 재정 건전성, 재정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엘세바도르 정부는 추가 매수를 이어가면서 투자액의 약 57%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죠.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외신은 엘살바도르의 디폴트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에스엔에스를 통해 우리는 만기 채권 8억 달러를 포함해 모든 이자를 지불했다고 밝혔고,
지난해 많은 언론 매체가 비트코인 채택으로 인해 디폴트에 빠지리라고 전망했지만 결국 이런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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