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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심해 생물들의 크기는 왜 거대해졌나?

by 로이인랑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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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만 밝혀진 미지의 공간입니다. 
특히 우주 탐사만큼이나 어렵다는 심해는 더더욱. 
그런데요 아마 옛 사람들이 리비아탄이나 크라켄과 같은 바다 괴수들의 존재를 상상했던 것도 이런 미지에서 비롯됐을 테죠. 


심해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바다의 깊이에 따라 이렇게 분류했을 때, 여기, 혹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부 심해저대부터 치매로 보기도 합니다.
심해에는 과거 사람들의 상상처럼 낯설고 괴상한 생물들로 가득한데요. 


최대 몸 길이 8m의, 지구에서 가장 긴 경골어류인 거대 갈치부터, 발광 미끼를 달고 사는 심의 아귀와 긴 이빨을 지닌 귀신고기, 키메라라고 불리는 독특한 생김새의 상어 또 심해 4천 미터에서는 붉은 빛을 뽐내는 아톨라 해파리는 물론, 일명 바다돼지라 불리는 해삼이 심해 바닥을 걸어 다니며 청소부 역할을 하는 등, 바다 깊은 곳에는 온갖 낯선 생물들 천지죠.
게다가 심야 5천미터쯤에는 이렇게 몸에 얼굴이 깊숙이 파묻힌 얼굴 없는 물고기가 살기도 합니다. 


심지어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수심 8천에서 1만 미터의 초심에 대에도 생명의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시체나 작은 갑각류를 먹고 사는 시의 스네일, 피시나, 새우를 닮은 거대 단각류, 알리셀라, 기간테아 등이 어둠 가득한 환경에서 그 나름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어떤 심의 생물들은 심해에 살지 않는 친척종보다 몸집이 훨씬 크다는 사실입니다.
시매 등강류는 육지에 사는 쥐며느리 같은 등강류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크며, 몸길이가 10m를 훌쩍 넘는 시매의 대왕 오징어나 남극 하트, 지느러미 오징어가 보통의 오징어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 역시 널리 알려져 있죠. 


뿐만 아니라 상어 중에서도 심해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나 넓은 주둥이 상어는 7에서 11m의 몸 길이를 자랑하며, 보통의 상어들보다 몸집이 큽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심해의 거대 단강류는 자라봤자 2cm에 불과한 일반적인 단강류와 달리 30cm 이상으로 자라기도 하죠.


이처럼 심의 생물들의 몸집이 커지는 현상을 가리켜 빕시 자이겐티즈, 이른바 심의 거대증이라 일컫는데요 왜 어떤 심의 동물들은 이토록 크기가 커진 걸까요? 거대해진 그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심해는 수압이 높아 생물의 몸이 쪼그라들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체내 성분이 대부분 물로 이루어진 녀석들에겐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죠. 


특히 시의 생물들은 불의에도 공기 대신 기름을 채우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수압 때문에 불의가 쪼그라드는 일도 없습니다. 
즉, 수합은 시의 생물들의 크기와는 큰 상관이 없죠.
한편, 일각에서는 심의 생물들은 부력 덕분에 중력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나게 돼 몸집이 커졌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지난 2018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인 윌리엄 박사는 이를 반박하고 나섰죠. 


그는 중력을 덜 받는 환경은 신체가 커질 수 있는 충분 조건일 뿐, 반드시 커져야만 하는, 선택하면 될 수 없다며, 실제로 심해 생물들의 몸집을 거대하게 만든 건 낮은 온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몸집이 커지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에 열이 덜 방출되고, 따라서 낮은 온도에서는 큰 몸집이 유리하다고 밝혔죠.


즉, 육지에서 고의도로 갈수록 생물의 몸집이 커지는 베르그만의 법칙이 바다에도 고스란히 적응된다는 겁니다. 
또 그는 해양 포유류를 예로 들며, 고래, 매너티, 물개 등은 바다에 적응하면서 육지의 친척 종보다 몸집이 수십 배나 커졌는데, 이 역시 체온 유지를 위한 진화적 적응이라고 말했죠.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달을 꼽았습니다. 
해달은 바다 생활을 하는 포유류 중 몸집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종으로, 이는 몸에 난 털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죠.


즉, 해달은 털이 있어 굳이 몸집을 키워가며 체온 유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사실, 심야의 낮은 온도와 몸집과의 상관관계는 2001년부터 제기돼 온 주장인데요 이에 대한 의문점 역시 꽤나 많습니다. 
첫 번째로, 낮은 온도에서 몸집이 커지는 건 주로 포유류 같은 항원 동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치매에 다른 동물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바닥 깊이가 깊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건 맞지만, 일정 깊이부터는 온도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낮은 온도로 인해 몸집이 커진다는 건 다소 애매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이에 듀크대학교의 해양 생태학자인 크레이그 맥클레인 박사는 심의 생물이 커진 또 다른 요인으로 용존 산소량을 꼽았죠. 
이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심해로 갈수록 수온이 낮고 수압이 높아 용존 산소량은 증가하는데, 맥클레인 박사는 산소가 많은 환경에선 세포의 크기와 숫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몸집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죠.


실제로 그는 2001년에 여러 바다 달팽이를 연구한 결과, 바다 깊이가 2천에서 4천 미터로 깊어질수록 용존 산소량은 20%가량 늘어나는데, 이때 바다 달팽이들의 몸집이 평균 3배에서 4배가량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추가로, 전 심의 생물학자였던 케빈 젤리오는 심의 거대 등강류들이 몸에 상당량의 지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몸집이 클수록 지방을 저장할 공간이 많아지고, 이는 먹이가 적은 심해에서 오랫동안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 유리했을 거라는 가설을 내세운 바 있죠.


그리고 올해 5월,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등장합니다. 
중국 과학원의 해양학자인 지아나이 교수는 거대 등강류 중 한 종인 바티노무스 자메시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큰 몸집에 저장한 많은 양의 지방을 매우 천천히 분해되게끔 하는 유전자와 효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거죠. 


한편, 영국 남극조사국의 동물학자인 로이드 팩 박사는, 심의는 표층보다 포식이 10배나 덜 일어날 정도로 포식자가 적기 때문에 시의 생물들이 자연스레 몸집이 커졌다고 주장했으며,
먹이가 부족한 심해에서 먹잇감을 찾아 이동하거나, 위로부터 떨어지는 부유물을 최대한 많이 먹으려면 아무래도 몸집이 큰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심의 거대증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죠. 


그런데 이쯤에서 약간 아리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몸집이 커지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즉 신진 대사율도 함께 커지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먹잇감이 적은 시매라면 큰 몸집은? 왠지 불리할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요 쥐와 고양이는 질량 차이가 약 10배나 나기 때문에 신진 대사량도 고양이가 쥐보다 100배 높을 것 같지만, 클라이버의 법칙에 따르면, 질량 증가에 따른 신진대사량은 1대 1이 아닌 4분의 3제곱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 둘의 신진 대사량 차이는 약 32배에 불과하죠. 


즉, 단위 시간 및 단위 질량당의 신진 대사율을 따져보면, 지하 코끼리 중 더 효율적인 건 코끼리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에너지 효율 측면 때문이라도 심의 생물들은 몸집이 커졌을 거라고 추측하는 거죠. 
게다가 많은 시의 생물들은 본인의 무게에 비해 훨씬 낮은 대사율을 가집니다. 


지난 2010년, 포르투갈 해양환경과학센터의 로이 로사 박사는 남극 심해에 사는 거대 오징어의 신진 대사율을 조사한 결과, 약 500kg의 개체가 하루에 필요한 먹이량은 고작 30g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이는 여기 그래프에서 보이는 것처럼, 체중이 비슷한 여타 고래들보다 현저히 적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로사 박사는 거대 오징어의 에너지 소비량 또한 고해보다 300배나 적다고 밝혔는데요. 


정말 놀라운 적응력 아닌가요? 뿐만 아니라 거대 등락류들은 5년 동안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들은 한 번 먹잇감을 발견하면 언제 또 먹이를 접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친 듯이 먹어치웁니다.
뼈가 앙상해질 때까지 말이죠. 사실 대부분의 시의 생물들의 섭식 방식이 이렇습니다. 


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얻어 걸린 동물 사체들을 먹는 경우가 많고, 일부 거대 단각류들은 바다로 가라앉은 목재를 먹고 살기도 하죠. 
일본 해양지구과학기술청의 고바야시 박사는 이들에겐 목재를 포도당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효소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그는 이 역시 심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형질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앞서 말한 낮은 신진 대사율 때문에 심의 생물들의 생체 시계는 느리게 흘러가고, 덩달아 수명도 길어집니다. 
엑서터 대학교의 생물학자인 칼럼 로버츠 교수는 여러 종의 띠볼락들을 조사한 결과, 깊은 곳에 사는 종일수록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오래 사는 녀석은 거의 200년을 산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또 그린란드 상어 역시 대표적인 장수심의 동물입니다. 
지난 2016년에 포획된 개체의 나이가 평균 400살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거의 임진왜란 때부터 생존해 온 셈이죠.


즉 심의 거대증을 요약해보자면 심의 동물 중 일부는 낮은 온도와 높은 용존 산소량, 또 적은 포식자 등의 이유로 몸집이 커졌고, 먹잇감이 적은 환경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낮은 신진 대사율을 갖게 되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심의 거대증은 확립된 법칙이나 이론은 아닙니다. 


시에는 연구가 덜 된 곳이기도 하고 유공충이나 곰벌레, 가스토리치 같은 1mm 이하의 작은 수색 무척추 동물들에게서는 깊이에 따른 크기 변화가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논의를 떠나서 깊은 바닷속은 분명 매력적이고도 경의로운 공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상상으로만 떠올렸던 생물들로 가득한 곳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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