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반드시 죽게 되죠. 그건 지구의 생명이 탄생한 일에 누구에게나 반드시 일어나는 필연적 사건이며 수십억 년 동안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물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죠 그런데 왜 생물은 반드시 죽는 걸까요.
생물의 노화와 죽음은 당연한 듯 하지만 어쩌면 진화의 과정에서 의도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생물이 죽는 이유는 질병이나 상처 그리고 기아 등
수많은 직접적 사인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노화로 인한 세포의 기능 저하와 손상이 누적된 결과 때문입니다.
세포는 생물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서 생명 활동을 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생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세포는 매 순간 죽음을 맞이합니다 가령 사람의 몸에는 약 30조 개의 세포가 있으며 하루에 3천300억 개의 세포들이 사멸하고 새롭게 생성되죠
즉 우리 몸은 1초마다 약 380만 개의 세포들이 새롭게 교체되며 3에서 4개월마다 완전히 새 것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로 인해 늙어가죠.
노화는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교체되지 않고 계속 활동하여 세포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며 세포의 손상을 누적시켜 결국 생물을 병들고 죽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세포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은 수백 혹은 수천 년까지 늘릴 수 있지 않을까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며 과학은 이미 세포 노화의 주범을 지목했습니다.
그 범위는 바로 산소였죠. 물론 산소는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며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생성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산화 반응을 통해 우리의 몸을 부식시키는 주범이기도 하죠.
산화 반응은 물질이 산소를 얻는 반응을 말하는데 그로 인해 물질은 부식됩니다 가령 철과 같은 금속이 녹스는 이유는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산화됐기 때문이며 산화된 금속들은 광택을 잃고 지저분하게 변해버리죠 그런데 이런 산화 과정이 금속 뿐만 아니라 바로 생물의 체내에서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즉 생물은 산소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대가로 서서히 부식되며 죽어가고 있죠 인간이 얻는 거의 모든 질병이 산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산소는 어떻게 생물을 부식시키는 것일까요.
그 작용의 중심에는 바로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끈을 의미하는 미토스와 라다를 의미하는 콘드로스로부터 유래되었죠.
오식도와 같이 겉 모양이 나달을 담고 내부 구조가 마치 끈을 말아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마다 평균 300에서 400개씩 들어 있으며 사람의 몸 전체로 따지면 그 수가 무려 1경 개에 이르죠.
미토콘드리아 1억 개를 모아도 모래 한 알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진액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반드시 가지고 있죠 미토콘들이 하는 세포의 발전소로 불리는데 생물이 섭취한 영양소와 산소를 이용해 세포의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이 되죠. 그 과정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쳐 각종 효소들에 의해 아미노산 포도당 지방산의 형태로 분해되며 혈액 속으로 흡수됩니다.
그리고 혈액은 각종 영양소를 산소와 함께 세포로 전달하죠.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분해하는데 그 과정에서 세포에 필요한 열에너지와 에이티피라는 물질이 생성됩니다.
에이티피는 염기와 당이 결합한 아데노신에 이미 색에 결합한 물질인데 이이 분리되면 생기는 에너지로
세포가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는 원리죠 즉 미토콘드리아는 혈액을 통해 공급받은 산소와 영양소를 이용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그런데 이때 약 2에서 3%의 산소가 완전히 산화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활성산소가 되어버리죠 활성산소 원자는 최외곽의 짝을 이루지 못한 전자로 인해 세포 내에서 강력한 산화 작용을 일으킵니다.
즉 우리 몸을 부식시킨다는 것이죠. 그로 인해 세포 내에 기관들은 전자를 잃고 활성산소처럼 불안정해지는데 그런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곧 세포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생물은 면역력을 잃고 당뇨병이나 암 등의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활성산소가 세포액의 유전자를 파괴하고 세포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백내장 등의 퇴행성 질환이 생기는 원인이 되고 노화를 가속시키는 촉매 작용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죠.
그 증거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과 구별되는 독립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분열하여 증식할 수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은 먼 과거에 어쩌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 유기 호흡을 하는 세균 세포와 공생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죠.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대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의 영양분과 생존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계약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세포 공생 진화설 간단히 공생설이라고도 하죠.
진화론에 따르면 원시 생물인 진액 세포들이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합니다.
세포의 크기가 커지려면 세포 겉질의 표면적이 증가해야 하는데 필연적으로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
따라서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큰 에너지를 공급한 덕분에 진액 세포 수준이었던 원시 생물이 지금의 인간과 같은 더 크고 복잡한 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밖에도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모개로부터만 유전되는 단수 유전을 한다는 것이죠.
그런 특성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최초의 여성 인류를 추적할 수 있었고 현생의 인류가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다.
한 여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죠.
호모사피엔스 종의 친척 벌인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우리의 조상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지만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연구 결과 현생 인류와 연관성이 없으니 밝혀졌습니다.
이 밖에도 미토콘드리아는 오래된 세포의 세포 자살을 결정하는 등 생물의 생명 활동에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생명을 주는 동시에 죽음을 선사하는 애증의 대상이자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야누스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만약 미토콘드리아의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만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즉 활성산소를 억제할 수만 있다면 생물은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생물의 수명은 대체로 대사율 즉 세포가 산소를 소비하는 속도에 의해 결정되죠 모든 포유동물은 평생 오억 번의 호흡과 이십 억 번의 심박수를 갖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같은 횟수라고 해도 분당 호흡수와 심박수가 수명을 결정하게 되겠죠.
가령 호흡이 빨라지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대사율이 증가하면 수명이 줄어들게 됩니다.
쥐와 같이 몸집이 작은 동물은 대사율이 높습니다.
이들의 세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산소를 소비하는데 가만히 있을 때조차도 맥박이 분당 수백 회에 이르죠.
이렇게 빠르게 호흡을 하면 체내의 활성산소가 빠르게 증가하며 수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줄어듭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끼리와 같이 몸집이 큰 동물은 대사율이 낮죠.
심장 박동은 느리고 체내의 활성산소 역시 느리게 생성됩니다.
따라서 이런 동물들은 더 오래 살죠 쥐는 분당 400회의 심박수를 갖고 평균 3에서 5년을 살며 코끼리는 분당 30회의 신박수를 갖고 평균 70년을 삽니다.
분당 70회 심박수를 갖는 인간의 자연 수명은 38세라고 하죠.
실제로 불과 이백 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평균 수명이 40세 안팎이었습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무려 백세를 바라보고 있죠 미래의 인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방법을 찾고
우리의 수명은 수백 혹은 수천 년이 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물은 왜 미토콘드리아의 역기능과 같은 결함을 진화의 과정에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까요.
이런 의문은 생물의 죽음이 어쩌면 의도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대다수 생물의 진화 과정을 돌아봐도 효율적인 무성생식이 아닌 비경제적인 암수의 유성생식을 통한 다양성을 선택했고 세대를 거듭하며 변화를 반복함으로써 생명의 연속성과 영원성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과거 지구에 있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마다 새로운 생물의 탄생과 번성의 기회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일례로 약 6천5백만 년 전 일어난 공룡의 대멸종은 포유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고 인류의 탄생과 번성의 계기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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