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을 괴롭혔던 녀석들이 있습니다. 바로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이죠.
특히 자신의 군락을 향한 일개미의 충성은 다윈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여왕을 극진히 보살피는 건 물론이고 여왕이 낳은 아를 타과실로 옮기고 매일같이 알을 닦아 청결을 유지하는가 하면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에게 음식을 주는 등 일개미는 정말이지 헌신의 끝판왕입니다.
개미는 이름 자체에도 희생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개미의 한문 표기는 개미 의자를 쓰는데 의는 옳을 의의 벌레 충자가 합쳐진 글자로 공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의로운 벌레라는 뜻이 담겨 있죠
생명은 철저하게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주장했던 다윈의 눈에는 일개미의 이런 행동이 너무 기이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다윈은 죽을 때까지 일개미의 이런 이타적 행동을 풀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해도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서로 견제해도 모자랄 판국에 일개미들은 왜 이런 독특한 행동을 보이는 걸까요.
일개미가 일만 하는 과학적인 일 지금 시작합니다.
먼저 여왕개미가 내뿜는 특수한 물질은 일개미들의 생식을 막는 건 물론 일개미들에게 투철한 봉사 정신을 심어줍니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과 가깝지 일개미가 일만 하는 외란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습니다.
다윈의 질문에 대한 답은 놀랍게도 유전자에 있었습니다.
일개미의 이타성과 유전자가 뭔 상관이겠냐 싶겠지만 1960년대 윌리엄 헤밀턴의 주장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의 주장은 매우 획기적이며 논리적이었습니다.
해밀터는 자연 선택은 개체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는데요.
조금 과장 섞인 예를 들면 갈기가 풍성한 수사자가 자연 선택되는 게 아니라 수사자의 갈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자연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죠.
또 다른 예로 고의도에서는 옅은 색피부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피부를 옅게 만드는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는 개념입니다.
즉 자연에서 살아남는 건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거죠.
결국 생명의 주체는 개체가 아니라 개체 안에 유전자이고 개체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런 주장들을 잘 정리해 놓은 이렇게 생명에 대한 관점을 개체에서 유전자로 전환하면 인간의 이타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는다면 저는 자식에게 정확히 유전자의 절반을 물려줬기 때문에 저와 자식은 50%의 유전적 근친도를 갖습니다.
반면 조카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저와 조카의 유전적 근친론은 25%입니다.
왜냐하면 저와 형의 유전적 근친도가 50%이고 형과 자식의 유전적 근친도가 50%이기 때문에 저와 조카의 유전적 근친도는 25%가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조카보다는 내 자식에게 정성을 쏟는 편이 내 유전자의 번식 측면에선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유전적 관점에서 일개미를 보면 비로소 여왕을 향한 그들의 헌신적인 행동이 이해됩니다.
지금부터 살짝 어려운 얘기가 될 수 있으니까 조금만 집중해 주세요.
개미는 사랑과 달리 부모로부터 각각 50%씩의 유전자를 받지 않습니다.
이들은 반수 이배체라는 독특한 성 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요.
암 개미들의 염색체가 en인데 반해 수개미들의 염색체는 m미입니다.
그래서 수개미는 암개미들과 달리 무정란에서 태어납니다.
왜냐하면 여왕개미는 en의 염색체를 지녔으니까
감수분열을 통해 en이 n이 되고 덕분에 염색체가 n인 수개미들을 낳을 수 있다는 반면 암개미인 일개미는 수개미의 정자와 여왕개미의 난자가 결합된 유정난에서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일개미는 엄마로부터 유전자의 50%인 n만큼 받고 아빠로부터는 유전자의 100%인 n을 받습니다.
그래서 일개미들 사이에서 아빠가 갔다면 자매끼리는 유전적 연관도가 75%나 되는 거죠.
인간은 자매끼리 평균 50%의 유전적 연관도가 있지만 개미 사회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후세에 보다 많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이 진화의 전략이라면 일개미는 자신이 직접 새끼를 낳아 유전자를 50%만 전달하는 것보다 여왕개미를 잘 보필해서 계속 알을 낳게 만들어 자신의 자매를 생산하도록 하는 편이 유전자의 번식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한 방향
당연히 50%보다 75%를 택하는 게 개이득일 테니 말이죠.
이처럼 개체가 아닌 유전자의 최대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여왕개미만을 보필하는 일개미의 행동이 이해됩니다.
이와 같은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누군가 영국의 생물학자 홀데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 있나요.
근데 만약에 형제 둘이나 사촌 8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내 목숨을 기꺼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홀데인의 속도에 유전자 중심의 생명관이 잘 반영돼 있습니다.
형제 한 명과 자신의 유전자 근친도가 50%이기 때문에 형제 둘을 구하면 도합 100%가 되어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사촌 8명은 왜 언급했을까요.
나와 엄마의 유전적 근치 논은 50% 그리고 엄마와 이모의 유전적 근치논은 50%
또 이모와 그 아들의 유전적 근친도 50%이기 때문에 이 셋을 곱하면 나와 사촌의 유전적 근친도는 12.5%가 나옵니다.
따라서 사촌 8명은 12 5 8이니까 100이겠네요.
결국 사촌 8명을 구하면 이는 나와 유전적 근친도가 100%라서 홀데이는 사촌 8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말한 거죠.
물론 늘 그렇듯 개미 사회에도 예외는
여왕의 특수 화학물질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개미가 알을 낳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 이런 알들은 미수정란이라서 수개미로 태어나지만 아주 드물게는 일개미가 낳은 알에서 암개미 즉 또 다른 일개미가 태어난 사례도 관찰되기도 하죠.
또 흰개미는 반수 이배체가 아니고 인간처럼 xx xy의 성 염색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흰개미 여왕을 받들며 사회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대체로 개미나 벌 같은 사회성 곤충의 이타성은 유전적 연관도로 설명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러분은 여왕을 위해 봉사하는 일개미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나요.
어쩌면 이는 지극히 우리 인간의 관점인지도 모릅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은 여왕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게 아니라 여왕이 계속 알을 낳도록 만들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무척이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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