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으로부터 우주가 시작됐다는 건 모두 다 알죠
그런데 빅뱅은 어떻게 시작됐냐고 묻기도 하잖아요.
빅뱅 이전에는 뭐가 있었냐는 의문을 품고 철학자 신학자 물리학자 등은 그것에 대해 답을 내놓으려 하기도 하죠.
제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당신이 빅뱅에 대한 아주 독특한 통찰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떠다니고 있는 파동인 마이크로파 배경에는 역설적인 점이 있습니다.
일단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은 빅뱅이 있었다는 걸 암시하는데요.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 이 파동은 우주가 아주 초기 단계의 열평형 상태에 있었다는 걸 알려주기도 합니다.
10평 형은 정의에 따르면 최대로 랜덤한 상태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먼 미래의 열평형 상태에 도달할 겁니다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점점 더 퍼지고
엔트로피가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왜 아주 먼 과거인 우주의 시작 단계에 우주가 열평형 상태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연력학 제2법칙에 따르면 과거로 갈수록 덜 랜덤하고 미래로 갈수록 더 랜덤해야 하는데 과거에도 최대로 랜덤한 상태가 있었다고 관측 결과는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 독특한 사실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중력입니다.
초창기에 우주는 아주 통일적이었습니다.
관점에 따라 통일적이라는 건 랜덤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죠 모든 게 다 랜덤하게 퍼져 있으면 모든 곳이 다 똑같을 테니까요.
그런데 중력은 사물들을 한 데로 모으는 힘입니다.
태양이 존재할 수 있는 건
그 이전에 통일적으로 퍼져 있었던 가스가 중력에 의해 모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가스가 모여서 태양이 뜨거워지고 반대로 태양의 배경인 우주는 차갑게 됐죠.
이렇게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가 생명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우주의 조건입니다.
이게 바로 핵심적인 포인트인데요. 초창기 우주는 아주 특별한 상태에 있었지만 어쨌든 중력은 다른 것들과 뒤섞이지 않고 고유성을 유지한 상태로 지금 우주의 모습을 만들었죠.
이게 빅뱅의 가장 심오한 퍼즐입니다.
빅뱅과 관련된 대부분 이론들은 이 의문과 관련해 대답해주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이론은 오히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죠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폭발적으로 팽창했고 그 이후로도 팽창 중입니다.
이 이론은 우주가 특별한 평형 상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우주는 왜 시작 단계의 그 특별한 상태에 있었는지 왜 미래가 아닌 과거에 오히려 극도의 랜덤 상태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주류 이론으로는 당연히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물리학 이론이 고수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는 점점 더 랜덤해져야만 하니까요.
왜 우주의 시작 단계에 더 랜덤한 상태가 있었는지를 설명하려면 뭔가 다른 게 필요합니다.
저는 줄곧 누군가가 빅뱅 이전에 뭐가 있었냐고 물으면 관습적으로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빅뱅은 우리의 모든 방정식들이 고장 나고 시간과 공간이 설명되지 않는 상태라고 애초에 이전이라고 묻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요 이게 관습적인 대답이죠.
이 생각은 우주의 초기 상태를 어떻게 특징 짓느냐와 관련됩니다.
초기 상태에서 중력은 특별한 역할을 했습니다.
중력 빼고는 모든 게 다 랜덤했으니까요.
이 상태를 과연 기하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요.
수학자 폴 토드는 이걸 수학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바일공률 가설이라고 부르는 게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말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특정한 시공간의 공률이 우주의 시작점에 있었을 거라는 가설입니다.
폴은 이 가설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발견했죠.
이 모델에 따르면
우주를 빅뱅 이전으로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단지 수학적인 진술일 뿐입니다.
물리학적인 믿음과는 다르죠 그래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네덜란드 화가인 에셔의 그림을 보면 둥근 경계 안에 천사와 악마가 쭉 흩어져 있습니다.
경계를 보면 무한성이 표현되어 있죠 전 우주가 이 원 안에 물려 들어와 있습니다.
한번 천사와 악마의 크기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모양에 주목해보죠 크기가 얼마나 되든 간에 가장 자리에 있는 것들도 중앙에 있는 것들과 모양이 같습니다.
만약 이 원의 경계를 더 바깥쪽으로 늘려본다면 더 많은 천사와 악마들이 더 크게 눈에 들어올 겁니다.
수학에는 등각 기하학이라고 불리는 게 있습니다.
도형이 있을 때 그 도형의 크기는 모를 수가 있습니다.
크기가 어떻든 간에 각도가 같으면 같은 도형이라고 불리죠 각도가 달라지면 다른 도형으로 간주되고요 만약 크기를 확장하든 축소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확장을 통해 지금 주어진 도형의 바깥으로 나가는 게 가능합니다.
우주도 이것과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죠 빅뱅은 어떤 경계를 나타내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 빅뱅 이전까지 우주를 생각해보는 것도 가능하죠.
물론 이건 수학적인 상상일 뿐이고 실제 우주의 역사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만약 우리가 지금 아는 우주의 상태를 기하학적으로 규정한다면 수학적으로는 빅뱅 이전까지도 연장해서 생각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우주의 시초 상태를 규정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죠
다음으로 말씀드릴 것은 물리학적 정당화에 관한 겁니다.
아주 초창기에 우주는 매우 뜨거워서 질량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물리학의 근본 법칙 두 개를 생각해 보면 첫째는 플랑크 법칙입니다.
이는 h 즉 에너지는 주파수에 비례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아인슈타인의 법칙입니다. 이는 mc 제곱 즉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한다는 거
이 두 개를 함께 생각해보면 질량과 주파수는 같은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말하자면 주파수는 질량을 재는 시계 같은 겁니다.
주파수는 1초에 얼마나 많이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인데 이 시간과 관련된 수치는 근본적으로 질량과 관련됩니다.
그런데 만약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혹은 질량이 무의미해진다면 시간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모르게 될 겁니다.
우주의 초창기에는 질량이 무의미했기 때문에 시간 또한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면 빅뱅 이전으로 가는 것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 미래를 생각해보죠 우주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팽창 속도는 증가하고 있죠 그리고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우주에 많이 존재하는데 그게 왜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우주에는 블랙홀도 많이 있습니다.
블랙홀은 아주 큰 질량을 갖고 있죠 그런데 스티븐 호킹에 따르면 아주 먼 미래에는 우주가 점점 팽창하고 온도가 점점 떨어져서 우주의 온도가 블랙홀의 온도보다 더 낮아질 겁니다.
아주 큰 블랙홀들은 온도가 절대 온도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낮은데요.
그런데 언젠가는 그것보다도 우주의 온도가 더 낮아질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블랙홀은 증발해서 점점 작아지다가 거품처럼 사라질 겁니다.
저는 이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언젠가는 우주의 모든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
극도로 분산된 복사 말고는 아무것도 없게 되겠죠.
우주는 아주 지루해질 겁니다. 근데 그때가 되면 누가 지겨워할까요.
우리는 아니겠죠. 우리는 아마 그 훨씬 이전에 사라질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광자 같은 것 밖에 남아 있지 않을 텐데 광자가 지겨움을 느끼지는 않겠죠.
광자는 시간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광자에게는 무한도 별게 아니죠. 무한 속으로 빠져든다고 해도 광자는 그냥 그렇구나 싶을 겁니다.
여기서 수학적인 상상을 하나 더 해보죠 무한이란 뭘까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무한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등각 기하학의 장치를 여기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까는 경계를 확장해서 빅뱅의 너머로 가는 것을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한 번 축소를 해보죠
먼 미래에는 질량을 가진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도 의미가 없어지겠죠.
우주는 스스로의 크기가 얼마인지를 모르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던 커다란 우주가 하나의 작은 우주로 바뀌는 거라고도 볼 수 있죠 미친 소리로 들리겠지만 한 번 생각을 해봅시다 핵심은 큼과 작금 사이에 차이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질량이 없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의미가 없어집니다.
또한 무언가를 측정할 기준이 사라지기 때문에 틈과 자금을 나눌 기준도 사라지죠 공간적 거리가 무의미해지고 시간적 차이도 무의미해질 겁니다.
우주는 규정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바로 그 상태가 다음 빅뱅으로 이어질 겁니다.
물론 이 견해는 아직 수학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관측과도 연결되어야 하고요 이런 견해를 믿는 게 가망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 우주가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가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첫째로 이 모델은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주의 초기 단계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기하급수적인 팽창이 아주 먼 미래에 일어났다고 말하죠.
이건 지금 우리가 현대 물리학의 지식에 따라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관됩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그 팽창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겁니다.
그게 바로 지금 인플레이션 이론에서 말하는 과거의 우주 시작 단계에 일어났던 급팽창을 설명해주죠 그런데 제가 지지하는 이론에서는 그 급 팽창이 미래에 일어난다고 설명하는 겁니다.
급팽창이 일어났다고 말하는 현재의 관측 자료들을 인정하지만 그 급팽창이 단순 과거에만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언젠가는 미래에 겪을 사건과 같은 성질일 것이란 말이죠.
둘째 포인트를 한 번 짚어보죠 우주에는 블랙홀이 많습니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의 300만 배 질량을 가진 것도 있는데 우주에서는 특별한 건 아니죠.
어쨌든 언젠가 블랙홀들은 모두 사라질 겁니다.
그 과정에서 블랙홀들 혹은 다른 무거운 우주 물체들이 서로 뒤섞이고 부딪히면서 중력파를 만들어낼 겁니다 시공간적인 물결을 말이죠.
이 물결은 우주로 퍼져나가서 무한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길 겁니다.
그런데 그 물결을 다시 축소해서 생각해 보면
다음 단계의 우주로까지 연장되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비유를 들자면 연못이 하나 있고 거기에 비가 온다고 해보죠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물결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비가 멈추고 나서도 잠시 동안은 여전히 물결이 일어나면서 서로 복잡하게 교란하고 있는 걸 볼 수가 있겠죠.
그러면 우리는 현재 나타난 물결의 모습을 보고 원칙적으로 애초에 각 물결이 처음.
일어나게 된 지점의 사건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로 배경 복사를 보면 아주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쩌면 블랙홀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중력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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